what's on the road
이번 작업은 지난해 약 두 달간 스페인 순례길을 걸었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순례길에서의 하루는 늘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알지 못한 채 시작됩니다. 그날 도착할 마을의 이름을 확인하고, 숫자로 표시된 거리만을 짐작하며 걷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하루가 반복될수록 머릿속은 조금씩 단순해집니다. 오늘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남았는지. 그 외의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길 위의 감각들이 채웁니다. 어디까지 올라야 할지 모르는 산길, 누군가 구슬픈 노래를 흘려보내던 숲속의 강가, 지루할 만치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 특별한 사건보다도 그때의 공기와 눈 앞의 풍경, 밟고 있는 흙의 색, 반복적인 몸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제가 바느질하는 방식과 닮아 있었습니다. 걷기와 바느질은 같은 행동의 반복으로 아주 느리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여섯 시간 동안 30km를 걷듯, 세 시간 동안 15cm의 천을 채워 나갑니다. 바늘은 천을 계속해서 통과하고, 조각들이 하나 둘 연결됩니다. 점과 점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면과 면이 만나는 감각을 상상하는 동안 흩어져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화면은 서서히 하나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이런 과정은 무척 비효율적입니다. 일부러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이동하고, 아주 작은 화면을 위해 오랜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느린 반복은 지나쳐 버릴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알아차리는 방식이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감각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이 작업은 그 시간을 지나며 저에게 남은 것들을 바느질 선과 형태로 옮긴 것입니다. - 'Inútil'은 스페인어로 '쓸모없는(useless)'을 뜻합니다. 자투리 천을 다시 연결해 쓰기 위해 시작한 바느질 작업은 조각들의 배치와 바느질 흔적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이자 오브제가 됩니다. 특정한 기능이나 목적에 머무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内部 3.0 Exhibition Lee Hye Song 「what's on the road」 2026.07.14 - 07.31 12:00 - 19:00 内部 angeori 제주시 중앙로 19길 17 , 2층 12:00 - 19:00 https://oboae.com
2.0 Exhibition
진창
눈은 처음엔 늘 하얗다. 하지만 밟히고, 섞이고, 남겨지면 곧 진창이 된다. 이 전시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다. 쉽게 던져지고, 반복되고, 쌓여온 말들. 분노, 혐오, 비교, 불안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은 무겁고 큰 도자기가 되어 바닥 위에 놓였다. 크다는 이유로 더 많은 시선을 받고, 더 깊이 바닥을 짓이긴다. 반대로 사랑, 안도, 다정, 희망 같은 긍정의 단어들은 작고 조심스러운 기물이 되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깨지기 쉬운 온도를 가진 채 존재한다. 바닥은 눈이 녹아 진흙이 된 상태, 밟을수록 더러워지고 질척해지는 ‘진창’이다. 우리가 무심코 뱉은 말들, 지나치며 남긴 감정들이 어느새 발밑에 쌓여 만들어진 풍경이다. 이 전시는 우리는 어떤 단어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단어를 너무 작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진창 위에 놓인 도자기들 사이에서 당신의 발자국 또한 이 전시의 일부가 된다. 제주 서쪽에서 ‘창문상점’을 운영하며 도예 작업을 하는 남의진 작가입니다. 서른살에 제주에서 도예 작업을 시작하여, 2024년부터 조수리에서 자리를 잡고 기록과 연구를 하고있습니다. 남의진 작가는 주로 분청 작업 중 어두운 흙을 백토물에 푹 담갔다 꺼내는 덤벙 기법을 통해 그릇과 오브제를 만듭니다. 덤벙 기법의 찰나에서 비롯된 화장토의 자연스러운 흘러내림과 손자국이 아주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内部 2.0 Exhibition Nam Uijin 「진창」 2026.02.14 - 03.01 12:00 - 18:00 内部 angeori 제주시 중앙로 19길 17 , 2층 12:00 - 18:00 https://oboae.com
1.0 Exhibition
Akita
가을, 쌀을 거두는 계절. 일본어 Akita는 쌀의 수확을 뜻하며, 여름이 저물고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보에의 첫 전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포스터 속 형상은 도깨비 같은 모습을 닮았습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치이자 ‘공포’와 ‘풍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가을은 수확의 기쁨과 함께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어둠을 마주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지푸라기, 토막, 흩어진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이번 전시는 그 경계 위에서 서늘한 질문을 건넵니다. 「Akita」 전시는 단순한 계절의 기록이 아니라, 안과 밖, 삶과 죽음, 공포와 풍요 사이의 긴장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거두고 무엇을 잃어버리는지에 대한 탐구입니다. 작가 카가메 나오시는 일본출생의 작가입니다. 도쿄 예술 대학 유화과 졸업을 하여 시세이도 등 일용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다루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소재의 표정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디자인·크래프트·아트의 세계에 자극을 주는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 중 PAPER MOLD 시리즈는 고지를 원료로 해, 일정 기간 사용해 그 역할을 완수하면 흙으로 되돌린다」라고 하는 순환형의 패키지 이며 작품입니다. 「단지 약간 방수재를 섞는 이외, 거의 폐지와 물만을 소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물론, 2020년대의 지금 바로 성고에 외치기 시작한 서스테너빌리티」 를 당시부터 구현하고 있었던 것에 놀라게 됩니다. 内部 1.0 Exhibition Personal Collection of oboae & Kaname Takashi 「Akita」 2025.09.19 - 10.03 12:00 - 18:00 内部 angeori 제주시 중앙로 19길 17 , 2층 12:00 - 1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