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이 매장을 스치고 지나가면,
공기 속엔 서늘함 대신 고요함이 머물기 시작합니다.
햇살은 한 톨씩 작아지고, 빛은 조금 더 깊은 색을 띠죠.
오보에의 공간에도 그 변화가 스며듭니다.
나무 향이 조금 더 진해지고, 손끝이 닿는 물건마다 따뜻한
기억을 품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이 계절의 문턱에서 오보에는
다가올 시간을 천천히 채워갑니다.
지금의 감정이 훗날의 온기로 남을 수 있도록—
하나의 물건, 한 조각의 시간에 마음을 담아둡니다.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계절이 바뀌듯
오보에도 그렇게 천천히, 새로운 겨울을 맞이합니다.
